공감 팩션 세계사

AD 64년 로마 대화재 - 로마에 의한 기독교 박해

체거봐라 2009. 3. 26. 08:31

서기 64년 영화 [쿼바디스]

 

폴란드의 노벨상 수상 작가 헨리크 생키에비치의 원작을 영화한 작품입니다. 1951년작 영화가 제일 유명하지요. 2001년, 2004년에도 리메이크되었습니다. 성서 중에서는 베드로의 이야기 부분에 해당합니다. 역사적 사실로 보면 안 되고 로마에 의한 기독교 박해를 가장 극적으로 형상화한 픽션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작품의 제목인 '쿼바디스 도미네'는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로 번역되는 라틴어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베드로가 로마를 탈출하는데 예수님이 나타나자 베드로가 놀라 '쿼바디스 도미네'를 외칩니다.

 

페트로니우스(Gaius Petronius Arbiter, AD 27~66)

 

등장 인물 페트로니우스는 실존 인물입니다. 그는 조롱과 풍자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문학가이기도 하면서 네로 황제 집권기에 집정관까지 오른 인물입니다. 영화 [쿼바디스]가 네로를 정신병자 수준의 폭군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페트로니우스에게 조롱을 받으면서 그의 문학적 조언을 신뢰한 네로가 정신병자로 묘사되는 것은 앞뒤가 좀 안 맞습니다. 서구의 역사는 기독교에 의해 엄청난 영향을 받은 만큼 네로가 사악한 인간으로 서술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아무튼 영화는 로마의 대화재가 네로의 짓이며 네로가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기독교인들에게 뒤집어 씌운 것으로 그립니다. 이 작품의 재미는 실존 인물인 폭군 네로와 집정관 페트로니우스의 긴장, 페트로니우스의 조카 비니키우스와 그의 연인 리디아의 사랑, 예수님의 제자 베드로의 사역 등 다양한 배경과 이야기의 짜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기독교인들에게는 이 작품이 자신들의 신앙을 적절히 형상화한 것으로 높이 평가되겠지만 사실과 허구를 혼돈케 할 위험성이 다분합니다. 그런 결함에 유의한다면 이 작품이 그려낸 기독교의 정신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작품이 로마시대의 미학적 혼란을 잘 그려낸 수작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로마시대의 아름다움은 '힘과 건강미'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이는 물질 만능의 근대적 미학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봅니다. 영화 [쿼바디스]의 등장 인물 리디아로 표상되는 새로운 미학은 '사랑과 희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등장 인물 비니키우스가 리디아에게 구애하는 과정에 로마인의 미학적 혼란을 잘 담아냈는데 처음에는 처녀의 육체적 아름다움에 반했다가 나중에는 영혼의 아름다움에 감동합니다. 처녀 리디아를 사랑하면서 그는 기독교의 세계에 공감하게 되고 결국 세례를 받기에 이릅니다. 그가 사랑에 빠져 혹은 미학적 혼란에 빠져 베드로에게 묻습니다. "그리스가 지혜를 주고 로마가 힘을 주었다면 당신은 사람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습니까?" 베드로는 "사랑"이라고 대답합니다. 사상적 미학적 전복이 일어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벨상 수상 작가를 배출한 만큼 폴란드가 2001년 리메이크를 했는데 51년 작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