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씨네마

가난한 빈밀굴 아이가 퀴즈쇼로 백만장자가 되는 환상 - 슬럼독 밀리어네

체거봐라 2009. 8. 28. 12:53

[슬럼독 밀리어네]는 아카데미상 8개 부문을 수상하고 세계적 규모의 상을 88개나 수상했다고 한다. 이런 정도의 수상 경력이면 대단한 작품이겠거니 짐작을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작품의 스토리는 좀 단순하다. 그리고 현실적이지 않다. 비참할 정도로 가난한 빈민가에서 자란 청년이 퀴즈쇼에 출연해 모든 문제를 풀고 엄청난 상금을 받아 백만장자가 된다는 얘기는 연중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는 영화 스토리로는 영 어울리지 않는다. 이 이야기가 무슨 새로운 것을 창조했다는 말인가.

 

영화의 이야기 자체는 그렇다 하지만 이 영화를 둘러싼 이야기는 의외로 풍부해 보인다. 제국주의 국가(영국)의 영화인이 식민지(인도)의 비참한 현실을 바라본 시선이라든지, 인도의 비극에서 빼놓을 수 없는 종교적 분열(주인공의 부모는 회교도이다) 이야기라든지, 아카데미상을 휩쓴 대작에 대해 정작 현지 인도인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는 뒷이야기 등등으로, 이 작품은 아주 비현실적인 스토리 전개로 문학 예술의 기본도 갖추지 못한 한계를 묘하게 쉽게 뛰어넘는 듯하다. 그리고 좌절과 무기력 속에서 침잠해 있는 아이들에게 이 작품을 보여 주면서 나누게 될 마음과 교육적 성과도 꽤 풍성할 것이라 짐작할 정도이다.

 

이 작품을 [The Secret] 다음에 배치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The Secret]의 메세지가 '간절히 소망하면 이루어진다'는 다소 환상적인 내용이니 그 환상을 구체화할 수 있는 이미지가 필요했다. '현실감 있는 환상'이라는 말은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현실은 꿈을 꿀 수 없게 만들고 환상적인 이야기는 비현실적인 게 당연하다. 그래서 우리는 현실과 환상을 명확히 구분하고 둘을 서로 혼동하지 않는다. 그만큼 현실은 현실적이라는 얘기다. '신데렐라'는 이야기 속에서만 살아움직일 수 있지 절대로 작품 밖 현실 세계로 나올 수 없다는 걸 고등학생 정도 되면 너무 잘 안다. 그러니 현실감 있는 환상을 찾는 일은 애초에 말도 안 된다.

 

[The Secret]은 환상적인 논설이다. 그 반대로 현실적인 환상이 가능할까? 이 둘이 잘 조화를 이룬다면 지독한 현실에서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이들에게 어떤 희망적 메세지를 설득력 있게 전할 수 있을까. 꾀한 것은 환상적인 논리와 현실적인 환상의 조화였다. 이로 인해 현실과 환상의 넘을 수 없는 벽을 넘어보자는 것이다. 비현실적인 이야기에 대해서는 냉소를 보내고 현실은 외면하려고 하는, 그 어디에도 서 있을 수 없는 이들의 단순 이분법을 좀 흐트려 보자는 것이다.

 

세상은 우리 보고 현실을 명화히 인식하고 환상과 현실을 혼동하지 말라고 끊임없이 말한다. 그래서 환상과 현실의 이분법이 아주 익숙해졌다. 꿈은 허무맹랑하고 현실은 직시하기 싫다. 그렇게 힘겨운 게 우리들의 세상살이이다.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건 명확한 현실 인식이 아니라 꿈과 현실의 장벽 허물기가 아닐까. 그래서 현실과 환상의 조화를 꾀한 것이고, 환상적 논설과 현실적 환상을 묘하게 섞어보려는 것이다. [The Secret]과 [슬럼독 밀리어네]를 나란히 배치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간절히 소망하는 것은 이 무기력한 팍팍한 현실에서 꿈을 갖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하는 회의 냉소가 조금이라도 걷히었으면 하는 것이고, 수많은 절망과 좌절로 굳어진 상상을 어떨게 재생(再生)시키는가 하는 것이다.

 

[슬럼독 밀리어네]는 환상적인 현실 이미지로 안성맞춤이다. 비참하기 그지없는 인도 빈민굴의 아이들이 대중연예인에 열광하는 모습, 아이들의 눈알을 도려내어 노예로 만드는 사악한 어른과 그들의 세계에서 이룬 사랑 이야기, 빈민굴의 아이가 퀴즈쇼에 나가 백만장자가 되는 사건, 이 모든 게 잔인한 환상의 대명사가 될 만하다. 모든 마음이 가난한 이들에게 마음의 충격파가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