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겨울 염하(鹽河)

체거봐라 2010. 2. 26. 22:04

 

 

 

겨울 염하(鹽河)

 

 

염하(鹽河)에 나가 보았다.

 

겨우내 얼어

들뜬 개펄의 균열

개발자들이 진주한 것처럼

황량하기만 했는데,

한켠으로 갈대들이

무리지어

바람을 타고 있는 게 아닌가.

저렇게 수십 년

염하를 견디어온 품이

예사롭지 않다.

우리도 저와 같이 될 수 없을까.

 

봄이 오면 저 삭막한 개펄도

어머니의 젖무덤처럼

온갖 젖먹이들을

품을 것이다.

갯고랑으로

망둥어가 뛰고

갈대 숲에는

뻘게가 기어오를 것이다.

염하에는 소식을 전하는

기선(氣船)들이 줄지어

오르내릴 법도 하다.

우리도 저와 같이 만날 수 없을까

 

겨울 염하는 참으로 메마르구나.

 

 

 

* 염하 ; 강화도와 김포반도 사이의 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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