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바위 선녀바위 조개망태 지고 갯바위에 걸터앉아 노을에 물드는 이녁을 바라보다 하늘문 닫히는 줄도 몰랐어요. 하염없이. 개펄에 발목 빠지고 하늬에 날던 옷깃 갯내음에 젖도록 벌을 내린 줄도 모르고 푸념도 없이. 먼 바다 일렁이며 지는 햇님 만큼 노을에 물드는 이녁의 땀방울이 너무 곱.. 창작시 2015.12.26
나리꽃 당신 나리꽃 당신 먼 바다 작은 섬 모래 언덕 홀로 선 소나무 아래 메꽃 흐드러진 한 켠 이녁을 건너다보듯 서 있는 나리 온실 꽃 더미에 묻혀 지줏대에 목 매듯 자라 창가 화분에 고이 앉은 철모르는 백합화 저 먼 섬 한 자락 해풍에 꽃 잎 씻으며 뱃사공 노 젓듯 꽃대 세운 외로운 나리 생각 홀.. 창작시 2015.10.04
아일란 쿠르디에게 아일란 쿠르디에게 아가, 세 살배기 아가, 난 아이들 보고 자꾸 웃어라 한다. 아픈 너희 가슴 웃음으로 달래라고 한다. 아일란, 널 보고 눈물이 그렁하여 웃었단다. 아가, 눈물로 웃겠다. 아일란, 내 눈물 웃음 아이들 눈물 미소 너에게 보낸다. 창작시 2015.09.17
축벽화(築壁花) 축벽화(築壁花) 겨우내 무정한 벽체였는데 한기(寒氣) 틈을 비집고 꽃을 피웠구나. 면벽하듯 지난(至難)할 줄 알았는데 어느 틈에 저리 천진난만할까. 삶이 그런 게 아니냐고 온 몸으로 막아선 고절(孤節)이려니 했는데 건듯 부는 춘풍에 어찌 저리 간살맞은가 그럴 틈이 없는데. 무람한 .. 창작시 2015.04.08
난훈(蘭訓) 난훈(蘭訓) 겨우내 애지중지 돌보아 왔는데 이제 훈풍을 맞아 새로 꽃대도 돋을 법한데 하필이면 움 돋고 싹트는 이 좋은 계절을 맞아 잎 끝이 타드는 너를 차마 두고볼 수가 없구나. 제 홀로 고귀하다지만 어찌 저리 괴벽하냐. 깎아지른 암벽에, 천년 고목에 뿌리 내려, 박무(薄霧)에 목 축.. 창작시 2014.08.19
유리창 유리창 슬픔이 흘러내려 여울지는 줄 몰랐구나 언제라도 맺혀 흐를 그리움인 줄 몰랐구나 내 속에 물안개 자욱한 강이 흐르는 줄 몰랐구나 차디찬 결별의 순간 영롱하게 맺히는 물방울처럼 그대와 나 사이 눈물의 장막이 쳐질 때 아! 그대를 향한 그리움이 강이 되어 저리도 선연히 흐르.. 창작시 2013.03.22
전정(剪定) 전정(剪定) 이른 봄 퇴근길 동네 어귀 가로수 전정(剪定) 작업 겨우네 견디어온 생때같은 가지를 어찌 저리 무참하게 자르는가. 무럭무럭 자라 뻗으라고 거름 주고 벌레 잡고 공들이지 않았던가. 된서리 맞으며 한겨울을 이겼는데 이리도 무정하게 잘라낼 수 있는가. 머잖아 봄눈 틔울 물.. 창작시 2012.09.05
연(緣) 날리기 연(緣) 날리기 그대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면 나는 하염없이 바라만 볼 밖에. 실낱같은 인연에 기대어 손 끝으로 오는 전신(傳信)만 기다릴 밖에 그대 아름다운 비상(飛上)이 영영 나를 져버릴 것만 같아 서러운 마음 가눌 길 없어 나도 모르게 연(緣)줄을 당긴다. 무릎 아래 고왔던 그대 지.. 창작시 2012.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