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진도 <석화> 석화(石花) 아침 바람이 선듯해지니뻘밭에 꽃이 핀다.여름 내내 밭고랑 김매느라무질러진 엄마 손,한 철 고비 넘겼다 싶은데쉴 틈 없이 또 꽃 따러 나간다. 곱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만엄마 손에 핀 검버섯처럼들물 날물에 쓸리며 피워낸 저 갯바위 석화만큼참다운 꽃이 또 있을까. 꽃샘추위 이겨낸 만화(滿花) 아래새 봄을 맞이했듯이여름 내내 짓무른 갯바위마다한겨울 매운 바람 달랠 참꽃 맺으니자식 사랑 한없는 엄마손 마를 날이 없다. 창작시 2017.09.26
대이작도 <풀등> 풀등 하루 한시도 어김없이 수천 년 쌓인 시간의 지층 달빛 부서지는 바다에 누워 한 필치 별빛 쏟아지는 하늘을 우러러 또 한 필치 허리가 휘도록 일군 밭고랑 한 땀 한 땀 엮어 지은 치맛자락 온 밤을 지새워 님 기다린 눈물 자국 어우러진 애달픈 얘기 날 새는 줄도 몰랐는데 제 살 깎아 비친 등어리 나이테 세월의 파도에 쓸려나가는 생(生)의 자취 어느 새 다 지워지고 또 날이 저문다. 창작시 2017.09.26
월미도 월미도 해 넘어가고 들물 날물 어우러진다. 엄니 제비 날아들고 둥지 식구들 봄맞이꽃 모양 벙그러진다. 얼마나 좋으냐 어을미 얼미 물 들어오고 부두 포구에 배 닿는다. 이양(異樣) 물건 신기하고 꼴뚜기 밴댕이 선상파시 북적인다. 신이 난다 어을미 얼미 얼운 님 맞아 어우러지는 기쁨.. 창작시 2017.09.26
큰개부랄꽃 큰개부랄꽃 허허 저리 쬐끄만 게 꽃시샘 이겨내고 봄을 전하네. 그 참 용하다. 헛 그것 참 전령사 아무나 하나. 고놈 개부랄 나비마냥 나풀거려 길바닥에 가득 내려앉은 벚꽃 축제 마당 벙글어지네. 봄 소식 전하면 무엇하나 아무도 눈길 한번 안 주는데. 이런 개부랄 허허 이 좋은 봄날 그.. 창작시 2017.04.22
노란 리본 노란 리본 돌아오라 돌아오라. 항구에서, 학교에서, 광장에서, 우리들 가슴 속에서 애타게 부르는 소리 내 가슴에 와 매달린 그대 숨소리 두 손을 모아, 눈시울 적시며, 목놓아 부른다. 돌아오라 돌아오라. 맹골수로 타고 흐르는 울음소리, 서러운 우리 외침 성난 파도 되어 일어선다. 어버.. 창작시 2017.03.31
갯골 2017년 3월 4일 [북성포구展] 시낭송 참여 갯골 물밀듯 그득하면 보이지 않지. 파시 선창은 분주하고 일렁이는 물결에 마음이 설레는데 바닥 저 밑으로 흐르는 젖줄이 보일 리 없지. 주름진 개펄 노을로 물들 때, 말 없이 이울어 가는 저 달처럼 선창가 배들이 하나 둘 떠나가고 분분한 속삭.. 창작시 2017.03.06
일몰 일몰 당신을 처음 맞이할 때 내 몸은 붉게 물들고 온 세상이 하나가 되었다. 당신이 저 멀리 백일(白日)로 떠오르면 나는 종일 허리가 휘고 땀을 흘린다. 정작 만물을 살지게 하는 게 당신인 줄은 모르고. 고개를 젖히고 땀방울을 훔친다. 사는 게 고달프다 넋두리 하며 서녘으로 당신을 보.. 창작시 2017.03.01
피사체 피사체 나를 보고 싶다. 곱게 화장을 하고 거울 앞에 앉아 나를 본다. 내가 아니다. 나는 누구인가. 당신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당신만 바라본다. 내가 사라진다. 당신 곁으로 다가가 당신과 함께 세상을 바라보면서. 비로소 나를 잊는다. 불현듯 내가 보일 것만 같다. 2017.01.30 창작시 2017.01.31
시낭송회 - 갯골 갯골 물밀듯 그득하면 보이지 않지. 파시 선창은 분주하고 일렁이는 물결에 마음 설레는데 바닥 저 밑으로 흐르는 젖줄이 보일 리 없지. 주름진 개펄 노을로 물들 때 말없이 이울어 가는 저 달처럼 선창가 배들이 하나 둘 떠나가고 분분한 속삭임도 멀어져 갈 때, 남 몰래 혼자 흐르는 젖.. 창작시 2016.12.07
시낭송회 낭송 - 똥바다 제9회 인천사랑 시낭송회 똥바다 세곡미(稅穀米) 산더미로 쌓이던 만석(萬石)부두 미쓰이 그룹 동양방적 공순이들 눈물 바다 양코배기 첫발을 내디딘 불바다 레드비치 난쟁이 오막살이 허물어지던 낙원구 행복동 똥물을 뒤집어써도 꺼지지 않는 공장의 불빛 세창물산 깡순이들 새벽출정.. 창작시 2016.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