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65

잠진도 <석화>

석화(石花) 아침 바람이 선듯해지니뻘밭에 꽃이 핀다.여름 내내 밭고랑 김매느라무질러진 엄마 손,한 철 고비 넘겼다 싶은데쉴 틈 없이 또 꽃 따러 나간다. 곱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만엄마 손에 핀 검버섯처럼들물 날물에 쓸리며 피워낸 저 갯바위 석화만큼참다운 꽃이 또 있을까. 꽃샘추위 이겨낸 만화(滿花) 아래새 봄을 맞이했듯이여름 내내 짓무른 갯바위마다한겨울 매운 바람 달랠 참꽃 맺으니자식 사랑 한없는 엄마손 마를 날이 없다.

창작시 2017.09.26

대이작도 <풀등>

풀등 하루 한시도 어김없이 수천 년 쌓인 시간의 지층 달빛 부서지는 바다에 누워 한 필치 별빛 쏟아지는 하늘을 우러러 또 한 필치 허리가 휘도록 일군 밭고랑 한 땀 한 땀 엮어 지은 치맛자락 온 밤을 지새워 님 기다린 눈물 자국 어우러진 애달픈 얘기 날 새는 줄도 몰랐는데 제 살 깎아 비친 등어리 나이테 세월의 파도에 쓸려나가는 생(生)의 자취 어느 새 다 지워지고 또 날이 저문다.

창작시 2017.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