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꽃 사랑 벼꽃 사랑 늘 벼이삭을 훑으며 자랐는데 다 크도록 벼꽃을 본 것 같지 않군요 우릴 먹이는 벼가 벌 나비도 부르지 않고 속으로만 여문 거네요. 당신에게 장미 꽃 송이 바치며 사랑을 노래할 때에는 미처 몰랐어요 저는 씨앗 한 톨 떨구지 못하는 철부지였군요 당신께 바쳤던 노래가 부끄.. 창작시 2011.10.24
톱니바퀴 시계 톱니바퀴 시계 난 녹슬지 않는다. 늘 먼지를 털고 기름을 칠한다. 지금 몇 시인지는 중요치 않다. 그건 바깥 세계 일이다. 큰 바퀴와 톱니가 엇 맞 춰 돌도록 쉼 없이 부지런하다. 난 한 번도 삐어져 나올 염을 내지 않는다. 그런 건 내 소관이 아니다 난 멈추지 않지만 세월의 바퀴는 어김 없이 돌아 이.. 창작시 2010.10.26
노을이 지면 노을이 지면 온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스러져 가더라도 어둠 뒤에 어김없이 새벽을 선사하듯 그렇게 다시 내게 오시려는지. 어느 하늘 아래 빛들지 않는 곳이 있겠는가만 어둠으로만 스며드는 짐승처럼 영영 그대를 맞을 수 없는 것인지. 당신이야 늘 그 자리를 지키겠지만 나 혼자 맴을 .. 창작시 2010.08.11
네 잎 클로버 네 잎 클로버 행운이라고 말하지 말자. 가슴 속으로 이파리 하나 더 다는 게 어디 그리 쉬운가. 운명처럼 내게 왔다고 말하지 말자 무수한 저들과 함께 아무런 내색도 없이 손 모으고 있지 않았더냐. 어느 책갈피에 끼워져 빛 바래길 바라지 않아. 수많은 저들과 작별해야 한다면, 운명처럼 다가올 행운.. 창작시 2010.06.23
겨울 염하(鹽河) 겨울 염하(鹽河) 염하(鹽河)에 나가 보았다. 겨우내 얼어 들뜬 개펄의 균열 개발자들이 진주한 것처럼 황량하기만 했는데, 한켠으로 갈대들이 무리지어 바람을 타고 있는 게 아닌가. 저렇게 수십 년 염하를 견디어온 품이 예사롭지 않다. 우리도 저와 같이 될 수 없을까. 봄이 오면 저 삭막한 개펄도 어.. 창작시 2010.02.26
自化粧 분 바르고 눈썹 달고 입술 그리고 눈웃음 치는 그대 그대는 구린내 나는 化粧 벗은 은행알처럼 분분한 낙엽 모든 치장을 벗고 겨우내 시린 알맹이로만 남을 수 있겠는가 시간을 건너온 것들이 알맹이를 남기고 벗겨지는 이치를 알겠는가 . . . 가로수 아래 밟힌 은행 열매를 내려다 보다가 얼핏 들었다... 창작시 2009.10.30
뭉게구름 꿈은 저 구름처럼 무더운 여름 한낮이라야 피어오르게 마련이지요. 지상의 모든 것들이 염천(炎天)에 점령당하여 엎드린 때 그 때 비로소 일어나겠지요. 곧 스러지고 말 꿈이라지만 이렇듯 한 순간 서늘해지는 것으로 아름답잖아요. SANY0003.jpg 창작시 2009.08.02
기도 기도 옥상에서 내려다본 느티나무 머리 위가 솜털처럼 곱구나 누구나 기도할 때에는 아기의 손처럼 여리다는 걸 저 키큰 나무가 보여주는구나 늘 주름 투성이 손아귀와 위엄을 갖춘 발로 생의 그늘을 드리워 우리를 쉬게 한다고 생각했는데 저리 여린 이파리를 소복히 모아 하늘 빛을 모으고 있구나 .. 창작시 2009.06.30
거울 거울 당신이 나를 찾아오면 나는 나만의 궁리를 그만두고 심사를 매끈하게 정돈하고 당신 이야기를 비춘다. 나는 부서질듯 위태롭게 마주앉아 속도 없이 깊어지고 당신 이야기에 화장을 하며 화사하게 되살아나는 아침을 맞는다. 당신이 가버리고 난 뒤 당신이 남기고 간 그림자에게 온종일 푸념을 .. 창작시 2009.06.30
굴업도 덕물산 산정에서 굴업도 덕물산 허리 굽혀 일하는 아낙을 닮았다 하여 굴업도(堀業島) 살육의 뒷바라지 노릇으로 더럽힌 기억 덕물산(德物山) 긴 목을 드리우고 부자들의 노리개로 벗겨지는 목기미 나라만큼 서러운 팔자를 타고나 툭하면 남의 땅 창작시 2009.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