兒岩島(애바위섬) 兒岩島(애바위섬) 해질녁 해안로 사냥 나선 육식공룡들 떼지어 달린다. 한길에 나와 홀로 선 아이 무서워 떨고 있다. 섬뜩한 클랙슨 포효 지축을 울리는 질주 교각 아래로 노을빛이 부서져 내린다. 그 아래 피안(彼岸) 비단결 물비늘 반짝이는 들물 때 맞춰 철새 가족 저녁 나들이 나서고, .. 창작시 2016.12.02
똥바다 세곡미(稅穀米) 산더미로 쌓이던 만석(萬石)부두 미쓰이 그룹 동양방적 공순이들 눈물 바다 상륙함 포화에 불바다 된 레드비치 난쟁이 오막살이 허물어진 은강시 해방동 똥물을 뒤집어써도 꺼지지 않는 공장의 불빛 세창물산 깡순이들 새벽출정 나서던 뚝방길 기찻길 옆 작은학교 아이.. 창작시 2016.06.29
기도 기도 모진 세월에 마르고 갈라진 몸체인데 손 모아 피운 꽃송이 솜털처럼 곱구나. 누구나 기도할 때에는 아기 손처럼 여리다는 걸 저 늙은 나무가 보여주는구나. 주름투성이 손아귀와 위엄을 갖춘 발자취로 생의 그늘을 드리웠는데, 저리 여린 꽃송이 소복이 모아 하늘 빛을 모으고 있구.. 창작시 2016.04.22
청명(淸明) 청명(淸明) 저리 맑고 밝으려니 어느 뉘 마음 졸이지 않을 수 있나. 시샘이라기에는 내 좁은 염(念)이 어쭙잖구나. 가는 세월 한철이려니. 피고 지는 게 어디 이맘때 뿐이랴. 대수롭잖다 무념(無念)할 만도 한데. 찬밥을 내어 먹고 밭 일구는 자만이 볼만한 걸 지천명 남은 숨 궁할 만하니 .. 창작시 2016.04.10
전정 (가지치기) 전정(剪定) 이른 봄 퇴근길 동네 어귀... 가로수 전정(剪定) 겨우내 견디어온 생때같은 가지를 어찌 저리 무참하게 자르는가. 무럭무럭 자라 뻗으라고 거름 주고 벌레 잡고 공들이지 않았던가. 된서리 맞으며 한겨울을 이겼는데 이리도 무정하게 잘라낼 수 있는가. 머잖아 봄눈 틔울 물오.. 창작시 2016.04.05
선재도(仙才島) <선재도 해변> <소사나무> 선재도(仙才島) 노을 지고 바닷물 들 무렵 반짝이는 뻘 위로 갈매기 모여들어 하늬 춤 어우러져 선녀님 맞이한다. 뻘 위 춤사위 어찌 저리 고운지 가녀린 목 드리우고 곱게 물든 하늘 날개짓 님을 부른다. 곱디 고운 바닷가 조개무지에 앉아 저 소사나무.. 창작시 2016.02.29
바닷가 인천 영종도 왕산 해변 촬영 바닷가 뜻을 세우는 일이 참 고집스럽다 싶을 때 바닷가에 나가 배운다. 가슴 찢을 듯 휘몰아치던 노도(怒濤), 거울처럼 돌아앉은 물이랑, 다 한 품에서 나온 한 숨결인 것을. 핏발 선 외침도 다정한 속삭임도 다 내남없는 한 목소리인 것을. 창작시 2016.02.11
一松亭 2008년 6월 강원도 봉평 청태산 촬영 一松亭 이리도 오르기 힘겨운데 이 높은 곳에서 홀로 얼마나 외로우실까. 더불어 숲을 이루어 샘물 흐르는 게 우리네 삶이라 하셨는데. 인연(因緣)도 닿지 않을 이 높은 곳에 풍상(風霜)을 견디며 홀로 무슨 생각 하시나. 저 혼자 고절(孤節)해서야 게 다.. 창작시 2016.02.04
소나무 소나무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젖줄 살 나무 빛을 내려 생명을 기르는 햇살 나무 새해 아침처럼 새로이 맞이할 설 나무 마을 어귀에 우뚝 솟은 수호신 솟대 나무 우리 핏줄이 만천하로 뻗어나간 고려 솔본 나무 하늘의 전령이자 우리 메시아 신단수(神檀樹) 한 민족의 생과 사를 굽어볼 장.. 창작시 2016.01.14
논바닥 - 병신년 새해를 맞으며 논바닥 흐르는 물이 마디지지 않듯 하루도 어김없는 해맞이거늘 새삼스레 이 새벽이 이리 고비 지니... 이 무슨 괴이쩍은 상념(想念)이란 말인가. 알곡을 걷고 한 해가 저물어 찰랑거리던 논물마저 마르면 저마다 외로이 돌아앉듯 틈을 내는 논바닥에 나를 비춘다. 저마다 옹골차야 그리.. 창작시 2016.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