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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돈 다 모였던 곳 본정통 은행거리 - 제1은행, 18은행, 58은행

‘본정(本町)’을 일본에서는 ‘혼마치’로 읽는데 일본 행정구역의 하나로 우리나라의 읍·면에 해당한다. 그러니 본정은 도시에서 가장 번화한 중심가를 일컫는 말이다. 일제강점기에 서울의 충무로, 부산의 동광동, 광주의 충장로 등 중심가를 ‘혼마치’로 불렀다. 거리 이름만으로도 인천에서 일제강점기에 가장 번화했던 곳이 바로 본정통 은행거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은행거리에 있는 중구청은 인천이 개항하고 난 뒤에 일본 조계지 내 일본인을 보호하기 위해 1883년에 영사관을 지었던 곳이다. 1906년에는 여기에 일제가 통감부를 설치하였고 1910년 조선애 총독부가 설치된 이후에는 인천부 청사로 사용되었다. 해방 이후에는 인천시청으로 사용되다가 지금은 중구청으로 사용되고 있다. 구청 앞 거리에는 지금도 일본 가..

에세이 2023.07.18

130여 년 전에 태어난 인천시민애집

19세기 중반 조선은 먼저 근대화를 이룬 서구 세력의 압박을 받으며 나라의 문을 여느냐 마느냐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1866년에 대원군이 쇄국정책으로 천주교 신도를 대량 학살한 병인박해가 일어나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프랑스군이 참략해 들어와 병인양요가 일어난다. 1871년에는 미군이 강화도를 침략한 신미양요가 일어나고 1875년에는 일본이 운요호로 강화도와 영종도를 침략해 들어왔다. 이렇게 19세기 중반에 외세의 침략에 시달리다가 결국 1876년에 일본과 강화도 조약을 채결하여 개화 개방 정책이 본격화하게 된다. 개화 개방의 흐름은 개항 도시 인천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1888년에 최초의 서구식 근대 공원인 각국공원(현 자유공원)이 들어서고, 인천항 쪽 산비탈에 외국인들의 사교장 제물포구락부(..

에세이 2023.07.17

월북, 탈북 문인의 해방전후사 인식 – 이태준과 선우휘

해방이 된 지 77년이나 되었으니 그 시대를 살았던 분들의 심정에 공감하는 일은 두 세대를 건너뛰어야 하는 지난한 일입니다. 저한테는 할아버지 되는 분들이 겪은 일이라 마주 앉아 옛날이야기로 들을 기회라도 있었지만 요즘 청년들에게는 증조할아버지 때 일이니 공감하기 참 어려울 겁니다. 우리 세대에게는 그래도 해방 전후 시대가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지 않을 만한 사연이 있습니다. 80년대에 청년기를 보냈던 분들은 [해방전후사의 인식]이라는 책을 다들 잘 아실 겁니다. ‘해전사’는 우리 세대를 상징하는 코드 중의 하나라고 할 만합니다. 2000년대 들어서 뉴라이트 역사학자에 의해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라는 책이 나오기도 하여 ‘해전사’라는 시대 코드를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해방전후’라는 말을 들..

꽃잎은 떨어져

내가 왜 그 자리에 있었던가. 기억들이 조각조각 찢어지어 파편화되니 듬성듬성 구멍이 나기 시작한다. 이러다가는 큰 줄기마저 다 잊혀지고 말아 나 자신의 존재 자체가 없어지고 말 것이라는 허탈한 심정이 자꾸 내 가련한 생을 들춘다. 1991년, 30여 년 전의 일이니 잊혀질 만도 하지만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픈 상처는 저승에 가도 잊혀질 수 없고 깊은 상처일수록 꽃을 피워내기 마련이니 기억의 파편이 사라지는 것만큼 서러운 일도 없으리라. 전두환 정권을 이은 노태우 집권기였다. 광주 학살로 권력을 잡았던 전두환 대통령이 4.13 호헌 조치로 군부 독재를 지키려 하자 민주화운동은 들불처럼 일어나 결국 직선제 개헌을 쟁취한다. 6월 항쟁으로 직선제를 쟁취하기 이전에는 대통령을 체육관에서 뽑았다. 1960년 4..

창작 소설 2022.07.06

광주항쟁 팩션(팩트+픽션)사

광주항쟁 팩션(팩트+픽션)사 5.18 광주항쟁 42주기를 맞았습니다. 반 세기 가까이 되어갑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5.18은 어떤 감응(感應)을 불러일으킬까요. 아마 별 감동 없는 편년(編年)에 지나지 않겠지요? 굳이 그 아픈 기억을 들추어낼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뭐라 답해야 할까요. “잊지 않겠다.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던 자들이 지금 다 어디에 가 있나요. 동족상잔 비극의 되풀이라 할 5.18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고들 하는데 두 세대, 반 세기의 제자리걸음에 대해 책임져야 할 기성세대인 저로서는 ‘잊지 말자’는 말 허투루 할 수가 없습니다. 뜻을 새기기 전에 공감하는 게 먼저가 아닐까요. 곁에 있는 친구와 죽이 맞듯이 시간을 거슬러 과거와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사는 게 더 의미심장해지지 않..

적폐 청산의 원년 4.19 - 박태순 <무너진 극장>

4.19혁명 62주년이 되었다. 젊은 청춘들이 불의에 항거하여 혁명을 이뤄낸, 가슴 벅찬 날이다. 이 나라 젊은이들의 역사의식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시 한 번 그 위대한 역사의 현장으로 가보자. 4.19 의거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많지만 시위 현장을 세밀하게 그린 소설로는 박태순의 을 첫손에 꼽는다. 작가 박태순은 4월 19일 경무대 앞 시위대열 속에 있었다고 한다. 지척에서 친구가 총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을 봤을 것이다. 그는 누구보다 시위 현장을 실감 나게 그릴 수 있었다. 이 작품은 1960년 4월 25일 서울 종로4가 평화극장에서 있었던 사건을 다큐멘터리처럼 그리고 있다. 4.18 고대생 천일백화점 앞 피습 천일백화점 자리 청계4가 교차로 하나은행 건물 3.15 ..

영국의 산업혁명과 애덤 스미스 고전경제학의 탄생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대전환기에 세계 지배 패권이 지중해 연안 국가, 그리스 로마에서 대서양 연안 국가, 네덜란드 스페인 영국으로 넘어가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내는 일은 역사 발전의 동인(動因)을 이해하는 키포인트라 할 수 있다. 패권국이 지중해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해 갔다는 흐름 패턴은 대체로 파악되지만 그 근본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항해술의 발달을 가져온 해양 문화가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학설과 함께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이론이 향신료 전쟁설이다. 이 학설에 의하면 왜 그렇게 많은 나라들이 동방 인도로 가는 길을 개척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는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대표적인 향신료인 후추가 그 당시에는 황금보다 더 비쌌다는 게 도대체 이해가 안 되지만 실..